제21대 대통령 선거가 12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과학자나 기후활동가들이 환경 문제를 말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정치’인데요.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정치를 바꿔야 하고, 정치를 바꾸려면 선거를 잘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전 인류가 기후위기라는 공통의 숙제를 안고 있지만, 사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선거는 개인이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을 제도와 정책을 통해 가능하게 만들어줄 사람을 뽑는 과정입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그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움직일 사람을 리더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생존을 위한 기후 대선이기도 합니다. 과연 누구를 뽑아야 지구와 우리의 미래가 조금 더 안전해질까요? 함께 고민하고 살펴봅시다.
펭팔 디렉터 곽은영 기자
[기후 대선] 목표는 뒷전에 있고, 계획은 없는 ‘기후공약’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이나 멸종 관련 의제는 ‘먹고 사는’ 문제에 밀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데요.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의 기후공약은 어떤 수준에 머물고 있을까요? 각 후보의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기후·환경 관련 의제는 후순위로 다뤄지거나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 포함된 경우에도 실행 계획의 구체성과 정책 설계 수준에서는 뚜렷한 격차를 보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0대 공약 중 마지막 항목에 기후공약을 배치했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별도 항목으로 분류하지 않고 에너지 안보 또는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기후 또는 환경 관련 항목이 전무하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다섯 번째 공약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명시하고 독립된 정책 구성으로 제시했습니다.
우선순위뿐 아니라 세부 공약도 후보별로 큰 차이를 보였는데요. 아쉽게도 주요 후보들의 기후공약은 실행 계획이 미흡해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보완과 설명이 요구될 전망입니다. 23일 진행될 대선 TV토론에서는 처음으로 기후 의제가 다뤄질 예정인데요. 공백으로 남은 실현 수단과 탄소세·전환 전략이 나올지 주목해 봐야겠습니다.
우리가 해산물로 소비하는 뱀장어, 가오리, 대구 같은 어류가 실은 바닷속에서 기후위기를 늦추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최근 영국 엑서터대학교 연구진이 해저를 파고 다니며 퇴적물을 뒤섞는 어류들의 활동이 해양 탄소 저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생물 혼탁 작용(bioturbation)’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활동은 그간 무척추동물의 몫으로만 여겨져 왔는데요. 연구 결과 상업 어업에서 흔히 잡히는 어류 중 상당수가 생물 혼탁 작용을 하고 있으며 이 같은 활동이 기후위기 대응에 크게 기여한다고 합니다.
영국 연안의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185종의 어류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120종이 해저 퇴적물을 섞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었으며 일부 어종은 유기탄소 저장에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저를 강하게 뒤섞으며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종은 유럽뱀장어, 대서양대구, 청가오리와 같은 어종이었는데요.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어류들이 대부분 남획으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해양보호구역 확대, 어획 규제 강화 등 미래의 어업과 해양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구가열화 시대로의 전환이 시작된 가운데,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론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850년부터 2010년까지 배출된 온실가스의 약 3분의 2가 90개의 오일, 석탄, 가스업체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유럽의회도 “1988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의 70% 이상이 100개 기업에서 나왔다”며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 바 있지요.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주체가 바로 기업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탄소배출 저감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기업들은 제대로 응답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를 시작했습니다.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은 지난 2023년 연간 10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요 기업들의 배출실태와 개선노력을 집중 조명한 프로젝트입니다. 시즌2에서는 시즌1의 평가대상이었던 전기·전자, 석화·정유, 시멘트 3개 업종 기업들의 변화를 분석하고, 음식료품 업종을 추가해 기업별 기후행동 정도를 비교 평가할 계획입니다.
시즌1까지 수집된 2021년 이후의 자료를 추가 반영해 3년 사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증감폭을 살펴본 결과, 몇 년 전까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뿜어내며 기후악당으로 불리던 기업이 오늘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건 아니었다. 반대로 과거 감축률과 감축의지가 컸던 기업 역시 그 자리에 있지 않았습니다. 기업들은 여전히 ESG를 외치고 있지만 그들의 환경 성과는 다소 달라진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