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친은 언제 마지막으로 손편지를 써보셨나요? 저는 종종 손글씨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막상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가지런한 전자 메시지와 기프티콘으로 대신하게 된 지 꽤 오래 되었네요. 사랑한다는 한마디를 하더라도 손으로 꾹꾹 눌러 담으면 진심은 배가 되는데 말이죠. 어떤 마음과 과정으로 이 편지를 쓰게 됐을까, 보낸 이의 모습을 다정하게 상상하며 읽고 또 읽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 손편지를 아주 오랜만에 읽었어요. 수원시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원시장에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쓴 편지였습니다. 교내 조류충돌 사고를 목격하면서 아이들이 직접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기 위해 시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서툰 글씨와 문법 안에서도 이 아이들의 사랑을 감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담은 진심이 수원시에 잘 전해졌겠죠? 올해는 저도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작은 행동이라도 시작해야겠습니다.
펭팔 디렉터 우다영 기자
시장님!
학교에서 많은 새들이 하늘로 떠났습니다
“저는 떨어져 죽어있는 새를 보았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림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지난 4월 29일, 수원시장에게 손편지를 보냈습니다. 학교 운동장 앞 투명 유리 방음벽에서 조류 충돌 사고를 목격한 아이들과 교사들이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를 붙이기로 했지만, 손이 닿지 않는 2~3단 구간은 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수원시 야생조류 충돌 예방 조례’와 ‘야생생물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함께 살펴보고, 이를 근거 삼아 시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의 편지를 직접 써서 보냈습니다. 학교에 충돌방지 제품이라곤 맹금류 스티커뿐인데 그마저 띄엄띄엄 붙어져 있어 효과가 없었으며, 학교에서 새가 충돌한 흔적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안타깝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저희도 새들과 우리의 생태계를 위해 열심히 노력할테니까 수원시청에서도 열심히 노력해주세요.” 학생들이 쓴 이 문장에 생명과 생태계를 살리는 핵심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나와 네가 노력할 때, 지자체와 정부도 함께 노력해야만 새가 덜 다치고 사람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일입니다.
멸종도 찬란할 수도 있다니 믿어지나요? 찬란한 멸종이란 자기 종의 수명을 다 누리고 자연스럽게 퇴장하는 ‘배경 멸종’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찬란하지 않은 멸종은 뭘까요? 자연계의 정리해고처럼 느닷없고 회복도 무척 어려운 ‘대멸종’을 뜻합니다. 최근 털보 관장으로 유명한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정모 관장과 우리 인류가 마주한 찬란하지 않은 멸종과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안타깝게도 인류는 지금 찬란하지 않은 대멸종기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많은 종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사라져가고 그 빈자리가 채워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생태계의 완전한 파괴.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기인데 이전의 대멸종들이 운석과의 충돌이나 화산 폭발처럼 외부에 원인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오로지 인간 활동이 원인이라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많은 사람이 ‘지구가 아프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이정모 관장은 지구를 의인화하는 건 우리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를 타자화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요. 지구는 돌덩어리일 뿐이고,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 때도 “지구가 망한 게 아니라 지구 위에 살았던 생명들만 망했던 거”죠.
그렇다면 여섯 번째 대멸종기 위에 있는 우리는 망하는 걸까요? 이정모 관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원인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 그걸 해결하면 된다고요. 우리는 과연 무엇을 알고 있고,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요?
녹색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골드먼 환경상’의 올해 수상자로 6개국 7명이 선정됐습니다. 골드먼 환경상은 1990년 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풀뿌리 환경상으로 대륙별로 1명을 선정합니다. 한국에서는 1995년 최열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수상했습니다. 올해 녹색 노벨상을 수상한 인물들은 어떤 일을 했을까요?
튀니지의 과학자이자 교육자인 세미아 가르비는 2019년 이탈리아에서 재활용품 명목으로 들여온 7900톤의 폐기물이 사실은 일반 쓰레기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반환 캠페인을 주도했습니다. 폐기물은 결국 이탈리아로 되돌아갔고 부패한 공무원과 폐기물 밀매업자들도 체포돼 환경 정의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바다를 지키기 위해 직장을 관둔 건설업자 카를로스 몰리나의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그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항구를 건설하는 국가사업에 참여할 당시 해당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게 되면서 퇴사했는데요. 이후 항구 건설을 막기 위해 환경단체를 설립하며 문제를 알렸고 마침내 항구 건설이 공식 취소됐어요.
몽골의 전기엔지니어 바트문크 루브산다시는 멸종위기종 아시아당나귀의 75%가 서식하는 도르노고비 지역이 구리 채굴로 파괴되자 이 지역을 돌며 생태 정보가 담긴 지도를 손으로 직접 그렸습니다. 그 결과 8만 3200헥타르에서 채굴이 중단되었습니다. 더 많은 수상자들의 활약이 궁금하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