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는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저처럼 외투를 넣었다 다시 꺼낸 분들이 많을텐데요. 얼마 전에는 만개한 벚꽃 위에 하얀 눈이 쌓이기도 했었죠. 빠르게 변해가는 기후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엊그제 22일은 지구의 날이었습니다. 지구 어딘가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을 멸종위기 생명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집니다. 바뀌지 않는 것 같은 현실에 많은 분이 무력감을 느끼고 좌절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인터뷰이 한 분이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열심히 달리는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 같아 너무 괴로우면 참다가 나중에 흑화(?)하지 말고 잠깐 내려놓고 쉬면 된다고요. 쉬는 동안 나 대신 힘써주는 사람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요. 오늘도 해야 할 일은 많고 마음이 조급해져 옵니다. 그럴 땐 잠시 걱정을 비우고 한 템포 쉬어 가자고요. 벌써 푸르러진 나무와 꽃, 새파란 하늘, 하루하루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놓치지 말고 전부 다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행복합시다!
펭팔 디렉터 이동재 기자
"가장 오래된 벗에게" 하마들의 장례식
가뭄으로 세상을 떠난 최고령 하마를 위해 무리 전체가 장례식을 치르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미국 공영방송 PBS의 자연 다큐멘터리 ‘네이처 온 피비에스(Nature on PBS)’가 최근 아프리카 탄자니아 카타비국립공원에서 촬영한 감동적인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물 위에 죽은 채로 떠 있는 하마 곁으로 다른 하마들이 하나둘씩 다가오고, 그 주위를 천천히 맴돌던 하마들이 차례로 죽은 하마에 가까이 다가가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영상입니다. 내레이션은 “사체 주변에 점점 더 많은 하마가 모일수록, 이 행동을 애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하마들이 상실감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라고 전합니다.
이 하마는 무리에서 가장 오래 살아왔지만 카타비국립공원이 기후위기로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자 버티지 못하고 죽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마들의 애도 행위는 매우 드물긴 하지만 이번에 처음 관찰된 건 아닙니다. 2018년 암컷 하마가 세상을 떠난 어린 하마 사체와 교감하는 모습이 목격됐는데요. 당시 암컷 하마는 사체를 여러 번 옮기거나 물 밖으로 들어 올리며 사체를 먹으려는 악어들을 쫓아낸 것으로 알려집니다. 인간에게도 동물에게도 상실의 자리는 크고 각자의 애도 방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국내 도심에 여우가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에요.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 지축동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여우 한 마리가 나타났고 한 주민이 이를 촬영했습니다. 여우는 화단에서 정면을 응시하거나 풀숲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여우는 아파트 주변을 10분가량 뛰어다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가 도착하자 야산으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해당 지역에서 여우 신고가 접수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여우의 정체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멸종위기종 전문가는 “사진상으로 볼 때 멸종위기종인 토종 붉은여우로 보인다”고 개인 의견을 밝히며 “다만 순종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붉은여우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붉은 갈색 털에 흰 배, 뾰족한 주둥이와 삼각형 귀를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붉은여우의 출현 사례는 전국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2009년부터 진행한 ‘토종 붉은여우 복원사업’을 통해 방사한 개체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기 때문인데요. 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까지 복원사업을 통해 181마리가 방사됐고 이 중 일부는 야생 번식에도 성공했습니다. 이번에 나타난 여우는 소백산에 방사된 개체의 2세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참, 도심에서 여우를 발견하면 가까이 접근하거나 먹이를 주는 행위는 피하고 관할 지자체 환경과나 국립공원공단 등에 즉시 신고해야 합니다!
이 식물, 어때 보이나요? 꼭 외계에서 온 것처럼 생기지 않았나요? 등산로 근처에서 발견된 이 식물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생김새로 ‘외계 식물’, 랜턴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요정 랜턴(Fairy Lantern)’으로 불리는 식물입니다. 여러 차례 진행된 조사에도 단 5개체만 발견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 위급(CR) 단계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 식물이 처음 발견된 곳은 2019년 말레이시아 트렌가누 주의 체머롱 숲 생태공원인데요. 당시 현장 조사를 하던 말레이시아 트렌가누 산림청 소속 연구원 모하맛 알리아스 샤크리가 산악 트레킹 코스 가장자리에서 낙엽을 뚫고 솟아난 이 식물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이후 표본 확보가 쉽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식물이 언제 어디에서 꽃을 피우는지조차 가늠하지 못했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치며 현장 조사도 수년간 지연됐어요. 집중 탐사가 재개된 건 2024년. 이후 이 식물은 ‘디스미아 알리아시아이(Thismia Aliasii)’라는 이름으로 과학계에 기록됩니다. 이듬해 3월 국제 학술지 파이토키스(PhytoKeys)에도 정식 게재됐어요.
디스미아(Thismia) 속 식물은 광합성 없이 뿌리 주변 균류와 공생해 영양분을 얻는 ‘균류기생’ 식물입니다. 땅 위로는 잎도 줄기도 잘 보여주지 않다가 아주 짧은 개화기에만 지표면 위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현재까지 트렌가누 지역에서만 발견된 고유종으로 정확한 개체군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발견된 체머롱 숲은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산행지로 연간 수천 명의 등산객이 오가는 곳이라 서식지가 쉽게 위협받지 않을까 염려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