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보지 못한 사이에 🐧
비와 더위가 번갈아 찾아오는 한여름입니다. 습하고 뜨거운 공기 속에서 지내다 보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은 이 계절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바다와 생명, 그리고 첨단기술의 이면에서 들려오는 세 가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경주 바닷가에서는 민물에 사는 붉은귀거북이 방생됐다가 시민에게 구조됐지만 끝내 목숨을 잃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주 가파도에서는 해녀이자 사진작가인 유용예 씨가 사라진 해조류와 뜨거워진 바다, 그럼에도 스스로 회복하려 애쓰는 자연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생명을 위한 행동처럼 보이는 방생이 어떻게 죽음을 부를 수 있는지, 오랫동안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의 몸은 기후위기를 어떻게 감지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빠르게 확산하는 AI의 그림자도 들여다봤습니다. 이광석 교수는 AI가 결코 실체 없는 깨끗한 기술이 아니며,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물, 광물 채굴과 전자폐기물까지 연결된 거대한 산업 시스템이라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편리함을 누리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생명과 지역이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FROM.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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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 민물거북 바다에 불법 방생…“구조해도 결국 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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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문무대왕릉 인근 해변에서 생태계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이 발견됐습니다. 민물에 사는 거북이 바다에서 발견된 이유로는 인근 굿당이나 방문객이 기도 의식의 하나로 살아있는 생물을 풀어주는 이른바 ‘방생’이 지목됩니다. 같은 장소에서는 2022년에도 비슷한 방생 정황이 확인된 바 있어 불법 방생이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거북을 발견한 제보자는 등껍질이 벗겨지고 상태가 좋지 않은 개체를 직접 구조했습니다. 그러나 붉은귀거북은 자연에 다시 풀어줄 수 없는 생태계교란종이고, 개인이 보호하려면 별도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제보자는 안락사를 피하기 위해 사육 허가까지 신청했지만 구조된 거북은 며칠 뒤 결국 폐사했습니다.
현행법상 생태계교란 생물을 방생하거나 유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이 다친 개체를 발견했을 때 어디에 신고하고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지자체는 신고가 들어오면 수거해 처리하고 있지만, 주말이나 업무시간 외에는 대응이 쉽지 않아 구조자가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종교적 의식이나 반려동물 유기로 생물을 마음대로 자연에 두는 행위부터 멈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방생은 생명을 살리는 행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서식 환경이 맞지 않는 생물에게는 오히려 죽음을 앞당기고 토종 생태계에도 피해를 주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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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바다, 죽지 않으려 스스로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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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유용예 씨는 2010년 가파도에서 우연히 만난 해녀의 눈빛에 이끌려 바다에 들어갔습니다. 수중 촬영에 자신이 있었지만 거센 파도 앞에서는 장비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해녀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자신의 자만이 부끄러워 눈물까지 흘렸던 그는 곧바로 해녀복을 맞췄고, 해녀학교와 인턴 과정을 거쳐 가파도 어촌계의 상군 해녀가 됐습니다.
그렇게 바다는 촬영 대상에서 삶의 터전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유 씨가 처음 만난 2010년의 바다와 지금의 바다는 전혀 다릅니다. 한때 손만 뻗으면 닿던 모자반과 감태, 미역은 2018년 무렵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톳은 뿌리만 남았습니다. 유 씨는 “사라져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해녀들이 몸으로 느끼는 바닷물도 이제는 ‘따뜻한’ 정도가 아니라 숨이 찰 만큼 뜨겁습니다.
해조류가 줄고 조업할 수 있는 날도 짧아지면서 해녀들은 더 오래, 더 무리해서 물질합니다. 낯선 아열대 생물이 나타나고 하얗게 죽은 산호도 보입니다. 예전에는 무엇이든 내어주는 바다를 두고 “친정집보다 낫다”고 했지만, 이제 해녀들 사이에서는 “바다를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는 두려움까지 나옵니다. 유 씨가 기록한 사진은 어느새 현재의 풍경이 아니라 다시 찍을 수 없는 과거의 증거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유 씨는 절망보다 회복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한동안 사라졌던 미역이 제주 다른 지역에서 다시 난 것을 보며 “바다가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진과 전시를 통해 사라진 바다와 해녀들의 삶을 기록하고, 그 회복에 사람의 노력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래의 아이들도 모자반이 숲처럼 자라고 차갑고 투명한 바다를 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세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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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비물질 기술 아니야…기후위기 새 핵심 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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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가려진 환경 영향을 묻다 ①]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미래이후연구소장
AI는 화면 안에서 몇 초 만에 답을 내놓지만, 그 뒤에서는 거대한 물질 세계가 움직입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냉각수를 쓰고, 반도체와 서버를 만들기 위해 희귀광물이 채굴됩니다. 장비 교체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자폐기물도 쌓입니다. 디지털 기술과 AI의 사회·생태적 영향을 연구해온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우리가 AI를 ‘실체 없는 깨끗한 기술’로 보는 순간, 그 뒤의 환경 영향을 보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이 교수는 AI의 환경 문제가 가려지는 이유로 비물질의 신화, 성장 중심의 국가 정책, 기업의 정보 비공개를 꼽았습니다. 효율 좋은 반도체와 저렴한 연산 기술이 등장해도 AI 사용이 검색과 문서, 이미지, 영상, 자동화까지 일상 전반으로 퍼지면 총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습니다. 더 빠르고 저렴한 AI가 반드시 더 지속 가능한 AI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그 비용이 고르게 나눠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과 수도권 이용자는 AI의 편익과 이윤을 누리지만, 광물 채굴 지역과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사회는 물 부족과 전력망 갈등, 탄소배출, 폐기물을 떠안을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이를 새로운 환경정의 문제라고 규정하며, AI 산업이 과거 식민주의처럼 중심부에는 가치와 이윤을 남기고 주변부에는 채굴과 오염을 전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해법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용수 사용 공개, AI 인프라 영향평가,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 장비 재사용과 생산자 책임 강화를 제안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AI를 무조건 확대하기보다 의료·재난·기후 대응처럼 공공성이 높은 AI와 불필요한 콘텐츠 생산이나 광고·감시 목적의 AI를 구분해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좋은 AI란 가장 성능이 뛰어난 AI가 아니라, 사회적 필요가 크고 생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AI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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