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보내는 신호 🐧
장마가 예년보다 늦게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비의 세기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잠깐 맑은 듯하다가 한꺼번에 비가 쏟아지고, 비가 그치면 다시 무더위가 이어집니다. 계절의 흐름은 익숙한 듯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여름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기후위기 속에서 달라진 장마와 폭우의 양상, 재생에너지 시설과 멸종위기종의 공존 가능성, 우리나라 생태계가 받은 첫 건강검진 결과를 함께 소개합니다. 장마는 왜 더 불규칙하고 강해졌는지, 태양광 발전소는 어떻게 멸종위기 여우의 피난처가 됐는지, 숲은 늘었는데 생명은 왜 줄어들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는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비가 내리는 방식,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 숲과 습지를 관리하는 방식 모두 생명의 조건과 연결돼 있습니다. 이번 소식들을 통해 우리가 어떤 여름을 지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전환이 필요한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FROM.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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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올해 장마는 제주 11일, 남부 7일, 중부 6일씩 늦게 시작했지만 시작부터 강한 비를 몰고 왔습니다. 이제 장마는 단순히 ‘늦게 왔다, 일찍 끝났다’로 설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한 달 내내 비가 이어지는 전통적인 장마보다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새로운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장마의 변동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전국 장마 강수량이 696.0㎜, 중부 장마 기간이 54일로 역대 최장을 기록했지만, 바로 다음 해인 2021년에는 장마 강수량이 227.5㎜, 기간은 17일에 불과했습니다. 평균 장마 통계는 남아 있지만 실제 우리가 겪는 장마는 해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기후위기가 있습니다.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24년 연평균 기온은 14.5℃로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IPCC는 기온이 1℃ 오를 때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가 약 7% 증가한다고 설명합니다. 뜨거워진 바다와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저장했다가 정체전선과 만나면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호우를 만들어 냅니다.
2024년에는 여름 강수량의 78.8%가 장마 기간에 집중됐고, 2025년에는 폭염·집중호우·가뭄이 한 계절 안에서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이제 장마는 고수온 바다, 비대한 수증기, 흔들리는 정체전선, 과밀한 도시가 함께 만드는 복합 재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가 언제 올지 맞히는 예보 기술보다 피해 지점을 예측하고 도시 배수시설과 지하차도, 하천 관리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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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소가 멸종위기 여우 피난처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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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시설은 생태계를 훼손한다는 우려를 받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정반대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멸종위기종인 산호아킨 키트여우가 캘리포니아의 태양광 발전소 안에서 새끼를 낳고 살아가는 모습이 장기간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입니다.
연구진은 토파즈와 파노체 밸리 태양광 발전소에서 약 3년간 GPS 추적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여우들은 발전소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번식했고, 토파즈 발전소에서는 1년 생존율이 65%로 인근 자연 서식지(49%)보다 높았습니다. 패널 아래 그늘과 인공 굴이 안전한 은신처가 됐고, 여우만 드나들 수 있는 울타리와 초지 관리 등 다양한 보전 조치가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태양광 발전시설 자체가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실제 미국 모하비 사막에서는 대규모 태양광 개발이 멸종위기 사막거북의 서식지를 훼손했고, 일부 조류는 태양광 패널을 호수로 착각해 충돌하는 피해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같은 재생에너지 시설이라도 입지와 관리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국제사회도 같은 방향을 제시합니다. IUCN은 2021년 가이드라인에서 멸종위기종 핵심 서식지와 보호지역은 개발을 피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도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생물다양성 보전이 충돌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어디에 짓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공존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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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늘었는데 생명 줄어”
정부가 처음으로 생태계 평가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생태계의 30년 변화를 종합적으로 진단한 ‘제1차 국가 생태계 평가보고서’를 보면 겉으로는 숲과 도시숲이 늘어나는 등 일부 지표가 좋아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실제 생물다양성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고로 제시됐습니다.
특히 미래 전망이 우려됩니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이어질 경우 2050년까지 국내 멸종위기 식물 46종의 잠재 서식지는 16.2% 감소하고, 북방계 식물 79종의 서식지도 2.7%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는 단순히 식물 몇 종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연결성과 탄소 흡수 등 핵심 기능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됩니다.
세부 지표를 보면 습지 식물종은 2016년 평균 141.9종에서 2020년에는 123.5종으로 감소했고, 조류도 22.7종에서 17.6종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외래식물은 늘었습니다. 산림의 임목축적량은 30년 동안 331% 증가했지만, 산불 발생 건수는 84.4%, 불법 산림 훼손 면적은 240.8% 증가했습니다. 최근 산림의 탄소흡수량은 오히려 26.5%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번 평가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자연의 건강 상태를 국가 차원에서 수치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하지만 결과는 ‘녹색 국토’라는 겉모습과 달리 생물다양성은 계속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부는 2027년에 국가 생태계 평가를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생물다양성 지표를 채우고 실제 회복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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