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반짝이는 조명과 설렘으로 가득 찬 크리스마스입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편안한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모두에게 평화와 축복을”이라는 성탄 메시지처럼 오늘 하루 펭친들의 마음속에도 기분 좋은 행복이 가득 내려앉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가 따스한 실내에서 성탄의 기쁨을 누리는 이 순간에도 차가운 도시의 유리벽 너머에는 여전히 위태로운 비행을 이어가는 작은 생명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에 가려져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생태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어쩌면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마음 놓고 날 수 있는 안전한 하늘과 공존을 위한 우리의 세심한 관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예산을 들이는 것을 넘어 제대로 된 보호 대책을 고민하는 목소리부터 아기새들의 임시 부모가 되어준 다정한 이웃들, 미래를 위해 화석연료 기업과 과감히 작별하는 청년들의 소식까지 준비했습니다. 오늘 보내드리는 이야기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뜻깊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FROM.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지구인터뷰] 유리벽과 아파트가 만든 조류 재난...새들의 도시 생존기
팔당댐 상류처럼 새가 많은 곳을 벗어나 도시권에 들어서면 새들의 생태는 확 달라집니다.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황대인 센터장은 도시형 사고로 방음벽 충돌이 압도적으로 많고 봄철에는 새끼 새 유기가 반복된다고 설명합니다. 지역에 따라 농약중독·불법포획이 많기도 하지만, 수도권은 “충돌이 거의 90%”라는 말이 나옵니다.
특히 새끼 새 유기는 아파트 생활과 얽혀 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나 실외기에 둥지를 튼 새들이 번식기에 발견되면, 누군가는 가족처럼 돌보려 하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전염병 우려 등으로 새끼를 봉지에 싸 화단에 버리는 일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신고가 10건만 들어와도 새끼가 한 번에 5마리씩 나오는 종이 많아 50마리가 순식간에 들어오는데, 센터 인력은 5명뿐이라 물리적으로 감당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시민참여 프로젝트 ‘아가새돌봄단’입니다. 센터가 시민을 대상으로 수의학·조류생태·사양관리 교육을 하고 수료자에 한해 새를 가정에서 돌볼 수 있게 합니다. 맹금류 먹이의 내장을 제거하는 실습까지 포함될 정도로 ‘제대로 배워서 제대로 돌보는’ 구조이고 이소 시기가 되면 다시 센터로 돌아와 야생 적응 훈련을 받은 뒤 방사합니다.
또 하나의 축은 인공새집 설치입니다. 센터는 3년간 300개 이상 인공새집을 달았고 입소율 100%라고 합니다. 더 나아가 먹이 횟수·양·종별 정보를 축적하기 위해 사물인터넷 원격 센서카메라를 직접 개발해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합니다. 황 센터장은 “사랑하려면 먼저 이해해야 한다”며 가까이에서 자연과 연결되는 경험 자체가 생태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해 유리창에 수천만 원을 들이는데 새들은 왜 계속 죽어갈까요? 최근 조류 충돌을 막겠다며 예산을 들여 시공한 저감조치들이 엉터리인 사례가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법과 가이드라인이 버젓이 있는데도 기본 지침을 무시한 채 시공해 새를 살리기 위한 소중한 세금이 사실상 헛수고가 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조류 충돌 저감조치는 건물 유리창이나 방음벽처럼 투명하거나 반사되는 인공구조물에 새가 부딪혀 폐사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19년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2023년 6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공공기관 등이 충돌·추락 피해 저감 관리 의무를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있는데도 안 지키는’ 문제가 반복되며 예산이 사실상 헛일이 되는 구조가 드러났습니다.
사례들은 꽤 구체적입니다. 서부내륙고속도로 방음벽은 투명판이 그대로 노출돼 ‘미시공’에 가깝고, 구미 사곡고 방음벽은 조치가 늦어지는 5개월 동안 충돌 피해가 33건 확인됐습니다. 서산 지방의 경우 5×10 규칙을 거꾸로 적용했습니다. 새들은 유리창을 하늘이나 숲으로 착각해 돌진하는데 이를 막으려면 유리 겉면에 상하 5cm 이하, 좌우 10cm 간격으로 점이나 선을 그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간격을 뒤집어 시공하거나 심지어 효과 없기로 유명한 ‘맹금류 스티커’ 달랑 붙여놓고 손을 떼기도 했습니다. 미관과 행정 편의를 우선시하며 새들이 죽어나가게 방치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잘못된 시공을 지적받고 외부 면에 테이프를 다시 붙이거나 시민들의 목소리에 뒤늦게라도 시정한 희망적인 사례도 있었습니다. 처벌 규정은 없지만 생명을 살리기 위해선 만든 지침을 제대로 지키고 관리하는 책임감이 무엇보다 절실해 보입니다.
전 세계 대학 캠퍼스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선언’을 넘어 협력·투자·채용의 기준을 바꾸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과 손잡을지, 대학 기금이 어디에서 수익을 얻는지, 졸업생 진로가 어떤 산업과 연결되는지까지 ‘기후책임’ 관점에서 재정의하는 움직임입니다.
호주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는 화석연료 기업 우드사이드 에너지(Woodside Energy)와의 파트너십을 2025년 말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연구 협력뿐 아니라 기부금, 캠퍼스 건물 명명 계약까지 포함된 관계였지만 학생·교직원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계약 연장 없이 마무리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건물 이름도 바꾸고 앞으로는 협력 시 환경·사회적 책임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에서는 채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가디언과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최소 18개 대학이 화석연료 기업의 캠퍼스 채용 박람회 참여나 캠퍼스 내 채용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대학이 졸업생을 화석연료 산업으로 연결하는 역할이 기후책임과 맞느냐”는 질문이 제도 변경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기금 운용도 바뀝니다. 호주 라트로브대학교(La Trobe University)는 2016년 이사회가 화석연료 투자 철수를 결정한 뒤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정리해 왔고, 미국 프린스턴대는 2022년 9월 특정 화석연료 기업을 투자·연구협력·거래에서 전면 제외하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더 앞선 사례로는 스탠퍼드대학교가 2014년 석탄 투자를 철수했고, 브라운대학교가 2020년 화석연료 투자를 전면 중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