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생태계 복원과 제도적 공백이 드러난 현장 이야기까지 환경 이슈의 양 끝을 보여주는 소식들을 전합니다.
산불피해지 복구 과정에서 멸종위기 수리부엉이가 사실상 행정 사각지대에 놓인 현장, 앞으로 40기의 석탄발전소를 해체해야 하지만 제도나 전문성이 준비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까지 짚어봅니다.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멸종위기에서 극적으로 벗어난 종들의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저어새, 이베리안스라소니, 대형뿔코뿔소는 국제협력, 지역사회 참여, 서식지 복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렸을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보여줍니다. 이들의 사례는 한국의 환경정책과 복원 전략에도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FROM.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법은 산불에만 완벽? 수리부엉이는 까맣게 잊혀졌다
올해 산불이 휩쓸고 간 울산 대운산에서 지난 6월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가 발견됐습니다. 그러나 같은 지역에서 긴급벌채 복구 사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 확인돼 생태적 고려가 충분했는지 물음표가 남습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행정 절차 안에서 멸종위기종의 존재가 지워진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울주군에 따르면 해당 공사는 산림청 예산으로 진행되는 ‘산불피해지 긴급벌채사업’입니다. “내년 조림을 준비하기 위한 복구 과정”이라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해당 사업은 특별재난지역 복구에 해당해 법적으로 산림사업으로 분류돼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9월에 시작된 벌채는 현재 남은 목재 반출 작업이 진행 중으로 12월 초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문제는 공사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을 누가 어떻게 확인하고 보호할 것인지 명확한 주체가 없다는 점입니다. 산림조사서에도 생물 정보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행정 책임은 분절돼 있고, 생태 책임은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울산시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자체 보호 야생생물 57종을 지정하고 있지만, 수리부엉이는 울산시 보호종이 아닙니다. 그래서일까요? 시에서는 "수리부엉이 지속 서식 여부는 확인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벌목은 허가만 받으면 1등급 생태지역에서도 가능하다”며 “공사 이전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 조사하는 절차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61기 중 40기가 2038년까지 순차 폐쇄됩니다. 올해 12월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삼천포 3·4호기가 문을 닫습니다.
문제는 한국에는 대형 발전소 해체 경험도, 전문기업도, 법적 기준도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삼천포 1·2호기, 보령 1·2호기 등 이미 폐쇄된 발전소도 해체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6일 발생한 울산화력 5호기 붕괴 사고는 본격적인 해체가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한 대형 참사입니다.
해외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미국과 유럽은 수십 년 전부터 전문 해체 기업과 법 제도를 갖추고, 지역경제 전환과 노동자 지원까지 세심한 제도를 운영해 왔습니다. 반면, 한국은 건설사가 원청을 맡고 발파업체가 하청에 들어가는 구조로 해체 전문 산업 자체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법과 제도의 공백입니다. 발전소 건설에는 환경영향평가가 필수지만, 해체에는 의무가 없습니다. 석면과 중금속이 대량 포함된 노후 발전소 해체에도 관련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10년 이상 대규모 해체가 이어질 만큼 전문 인력 양성부터 안전 기준, 환경영향평가 마련까지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속에서도 생태계 복원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사례들은 여전히 희망을 전합니다. 최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 등급이 완화된 20종을 발표했는데, 그중 4종은 ‘서식지 건강 회복’과 ‘지역사회의 직접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들입니다.
멕시코의 과달루페 준코는 염소 방목 금지와 토종 식생 복원으로 서식지가 회복되며 개체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외래종 관리와 지역 생계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식이 선택되면서 생태계와 지역사회가 같이 살아나는 섬 복원 모델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멸종위기종 저어새는 한국·중국·대만·홍콩의 협력이 개체수 회복의 핵심이었습니다. 습지 매립을 막고 습지 순손실 제로 원칙을 적용하면서 1990년대 300마리 이하였던 개체수가 현재 6000마리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스페인의 이베리안스라소니는 먹이가 되는 토끼 복원에서 시작해 서식지 복원, 유전적 다양성 관리, 사냥협회·토지주와의 협력까지 이뤄지며 개체수가 2000마리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대형뿔코뿔소는 첨단 모니터링과 지역주민 참여형 감시 체계가 자리 잡으며 밀렵 위협을 극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