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친, 잘 지냈나요?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준비한 이번 뉴스레터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공간과 생명들이 어떻게 기후위기와 맞닿아 있는지에 관한 거예요.
도로 위 주차장을 잠시 공원으로 바꾸는 ‘팝업 파클렛’ 실험부터 늦가을까지 기승을 부리는 모기가 들려주는 이상기후 경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원을 살리고도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의 오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일상의 공간과 곤충 한 마리가 사실은 기후위기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 놀랍지 않으신가요?
이와 함께 맹꽁이가 장관에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 개발과 생태 보존의 갈림길을 짚어보고,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보조금에 기댄 현실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불꽃축제 뒤에 가려진 환경 논란도 살펴봤습니다. 오늘도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선과 생각을 뉴스펭귄과 함께 나누시길 바랍니다.
FROM.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자원만 살리고 사람은 버린다? 위험하고 열악한 선별장
재활용 선별장은 우리가 버린 폐기물이 새 자원으로 태어나는 첫 관문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선별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여성과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선별원들은 건강 위협을 감수하며 매일같이 분진과 악취, 극심한 더위와 추위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선별 노동자 대부분이 손과 손목 통증을 호소했고, 어깨와 허리, 목까지 이어지는 만성 통증이 흔했습니다. 그럼에도 산재 신청률은 24%에 불과했는데요. ‘절차가 복잡하다’, ‘회사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유리 조각과 주삿바늘에 찔리는 사고도 흔하지만, 보호 장비가 충분히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방진복이나 보안경은 절반도 지급되지 않았으며, 샤워실조차 부족하거나 성별 구분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루 종일 먼지와 유해 물질에 노출되지만 쉴 곳조차 마땅치 않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조사를 진행한 여성환경연대는 “자원순환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로 선별노동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자원순환이 필수지만, 정작 그 시스템을 떠받치는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버린 폐기물을 다시 살려내는 이들의 노동이야말로 지구를 지키는 중요한 힘이니까요.
도시는 차를 위한 공간일까요, 사람을 위한 공간일까요? 도시기획 그룹 ‘소소도시’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도로변 주차장을 작은 공원으로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팝업 파클렛’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잠시 동안 주차장을 벤치와 화분이 있는 휴식 공간으로 바꿔 시민에게 돌려주는 시도입니다.
소소도시 서선영 대표는 지난 3년간 서울과 대전에서 파클렛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수원에 진행합니다. “짧게는 이틀, 길게는 2주 동안 열렸는데 시민들의 만족도가 80~90%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점점 공간에 익숙해지고, 책을 읽거나 쉬는 모습이 늘어난 것이 인상적이었죠.”
서 대표는 파리의 ‘15분 도시’,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 같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자동차 중심의 도로를 녹지와 보행자 공간으로 바꾸는 전환이 결국 도시의 기후 대응 전략임을 강조했습니다. “소음과 대기오염이 줄고 주민 만족도는 높아졌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전환이 필요합니다.”
파클렛은 단순한 주차장 활용을 넘어 ‘차에서 사람으로’ 도시의 주인을 되찾는 움직임입니다. 서 대표는 “기후위기와 도시 문제는 결국 시민들이 함께 합의하고 대화할 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도로에서 뛰어놀 수 있는 도시를 상상하는 것, 그 시작이 파클렛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요즘 비가 오는 날이 잦고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유지되면서 모기 활동 시기가 가을까지 길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계절 경계가 흐려지면서 물웅덩이가 늘어나고 그 틈을 타 모기가 뒤늦게 산란·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대비 최근 30년 사이 봄이 빨라지고 가을이 길어지며 모기가 활발히 움직이는 ‘20도 내외 구간’도 더 늘어났습니다.
곤충은 외부 온도에 민감한 변온동물이라 기온만 받쳐주면 번식이 쉬워집니다. 정화조·웅덩이 등 물만 있으면 ‘계절 불문’ 활동할 수 있고, 그 결과 모기 개체수와 발생 횟수가 늘어 말라리아 등 매개 질환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나비·잠자리가 많아지면 반갑지만, 모기는 보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말라리아는 파주, 연천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왜 그럴까요. 접경지 특성상 북측 방제 한계의 영향을 받기 쉽고 DMZ 인접 지역으로 감염 모기 유입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한강 하류·임진강 유역의 습지·논·저수지가 많아 유충 서식지 조건이 우수하고 집중호우로 산란처가 단기간에 대거 생깁니다. 군부대·민가·농업 현장이 밀집해 지역사회 전파 위험도 높은 편입니다.
늦가을 모기 극성은 기후위기가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줍니다. 방역과 서식지 관리 같은 전통적 방법을 강화하되 지역 특성에 맞춘 상시 모니터링과 시민 참여형 예방수칙 안내가 병행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