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 여행, 소비, 그리고 지역의 환경 문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포도 덩굴로 만든 17일 만에 사라지는 식물성 봉지처럼 희망적인 실험부터 동물복지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여행 산업의 빈틈, 사라지고 있는 아마존의 신비한 동물들의 소식까지 함께 전합니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우리의 일상과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하던 장어가 멸종위기라는 소식, 한국인의 밥상에서 김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기업의 오염 물질 배출이 지역 사회와 건강을 위협하는 현실까지 모두 기후위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한 걸음만 더 다가가면, 위기 속에서도 우리가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작은 뉴스 하나가 더 나은 내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 지구의 목소리를 들어보려 합니다.
FROM.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17일 만에 사라지는 포도 덩굴 봉지
포도 수확이 끝나고 버려지는 덩굴이 플라스틱 대체품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미국 남다코타 주립대학교 연구진이 포도 덩굴에서 추출한 물질로 제작한 투명한 필름이 기존 비닐봉지보다 강도가 높으면서도 땅에서 불과 17일 만에 완전히 분해됐습니다. 수백 년 동안 썩지 않는 플라스틱 봉투와 비교하면 정말 놀라운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덩굴을 건조·분쇄한 뒤 알칼리 처리와 표백 과정을 거쳐 셀룰로스를 정제했습니다. 이후 용액에 녹여 칼슘 이온으로 교차 결합하고 글리세롤을 첨가해 유연성을 높여 필름을 완성했습니다. 이 필름은 눈으로 보기에도 투명했고, 실제로도 투명도가 약 84%로 나타나 포장재로도 충분한 품질을 확보했습니다. 인장강도는 15~18메가파스칼(MPa) 수준으로 일반 상업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능가했습니다.
무엇보다 자연 분해 과정에서 유해 성분을 남기지 않아 토양에 안전했습니다. 농업 부산물을 활용해 만들어진 만큼 자원순환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는데요. 연구진도 버려지던 포도 덩굴을 활용해 농업 폐기물 문제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동시에 줄여 지속가능한 포장재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우리가 장을 보고 흔히 쓰는 비닐봉지가 이렇게 빨리 사라진다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 문제도 한층 줄어들겠지요. 쓰레기를 없애는 게 아니라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새로운 발상이 돋보입니다. 앞으로 포도 덩굴뿐 아니라 버려지는 농작물 자원들이 또 어떤 방식으로 재탄생할지 기대됩니다.
동남아 여행에서 한 번쯤 권유받는 코끼리 타기 체험, 귀여운 아기 호랑이와의 기념사진, 돌고래쇼. 이런 상품들 뒤에 동물 학대가 숨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관광 상품화 과정, 축제 동원, 서커스 훈련 등 산업 구조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학대 문제에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프로그램을 없애고 있지만, 국내 여행사들은 여전히 동물복지 가이드 라인이 전무합니다.
최근 케냐에서 한 관광객이 코끼리 코에 맥주를 붓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코끼리 학대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 관광업계에서는 동물을 괴롭히지 않는 방식의 여행상품 개발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예컨대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는 일부 코끼리 트레킹 상품에 ‘동물복지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붙이고 예약을 받지 않고, 익스피디아도 자체 동물복지 정책을 홈페이지에 소개하며 부합하지 않는 상품은 배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여전히 코끼리에 올라타는 상품 등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코끼리 트레킹 상품을 폐지했다고 홍보한 것과 달리, 홈페이지에서는 관련 상품을 여전히 구매할 수 있었던 건데요. 국내 여행 업체들에는 동물복지 정책과 같은 가이드 라인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속가능한 여행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즐거운 경험이어야 합니다. 이제는 여행사가 먼저 기준을 세우고,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야 할 때입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의 허파이자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입니다. 하지만 삼림 벌채와 축산업 확산으로 숲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그 속에 의존해 살아가는 동물들도 생존 위협에 놓여 있습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멸종위기에 놓인 아마존 동물 9종을 소개하며 “아직 발견되지도 않은 새로운 종들조차 인간 활동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강돌고래는 나이가 들수록 분홍빛이 짙어지는 독특한 모습으로 유명하지만, 불법 사냥과 강 오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성격을 가진 투쿠시 돌고래 역시 어망에 걸리거나 오염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강에서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큰 수달은 협동 사냥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줄어드는 중입니다.
화려한 외양으로 불법 거래의 표적이 된 태양 앵무와 세계에서 가장 큰 앵무새인 히아신스 금강앵무, 부부가 평생을 함께하는 사랑꾼 금강앵무 역시 숲 파괴로 서식지를 잃고 있습니다. 매일 체중의 8%를 먹어 치우는 식성이 특징인 초식 거인 아마존 매너티는 사냥과 수생 서식지 파괴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아마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재규어는 이미 과거 서식지의 절반을 잃었고, 나무 위 생활에 특화된 작은 고양이과 동물 마게이는 모피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 신비한 동물들은 아마존 생태계의 균형을 지키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터전이 무너진다면 아마존의 생물다양성 자체가 위태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