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입추입니다
입추를 하루 앞둔 6일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는데요. 그래도 여름은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은 듯, 푹푹 찌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말 가을의 문턱이 맞나 싶은 날들입니다.
여러분도 느끼셨나요? 계절이 예전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요. 겨울엔 눈이 잘 오지 않고, 봄꽃은 해마다 조금씩 더 일찍 피고, 여름은 무섭게 길고 무덥게 이어집니다. 우리의 감각은 이미 ‘이상한 계절’에 적응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이처럼 기후위기 속에서 흔들리는 계절의 리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류세 계절’이라는 개념을 통해 지금 지구의 계절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어온 사계절은 여전히 유효할까요?
FROM.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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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작은 뱀, 기후위기 뚫고 20년 만에 생존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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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뱀으로 알려진 ‘바베이도스 실뱀’(Tetracheilostoma carlae)이 무려 20년 만에 공식 재발견됐습니다. 올해 3월, 카리브해 바베이도스 섬의 원시림 지대에서 정부와 국제 보전단체 Re:wild가 함께한 생태조사 중에 발견된 건데요. 그동안 관찰 기록이 거의 없어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던 종이기에 더욱 반가운 소식입니다.
바베이도스 실뱀은 다 자라야 10cm도 안 되는 아주 작은 뱀으로, 주로 지하나 낙엽층 아래에 숨어 살며 눈이 거의 퇴화되어 있습니다. 외래종과 구별도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현미경을 통해 종을 최종 확인했다고 해요. 발견된 지역은 바베이도스에서 몇 안 남은 원시림 지역으로 섬 전체의 98% 이상이 이미 사라진 숲이라는 점에서 더욱 귀한 만남이었습니다.
이 뱀은 한 번에 단 하나의 알만 낳는 낮은 번식력을 가진 데다, 외래종과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등 여러 위협 속에서도 살아남은 기적 같은 존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바베이도스는 해수면 상승, 열대폭풍, 가뭄 등 기후위기에 취약한 지역으로 실뱀처럼 땅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큰 위협을 받고 있어요.
실뱀의 재발견은 단순한 생물학적 의미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에도 생명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줍니다. 현지 조사팀은 바베이도스의 남은 숲과 골짜기들을 정밀 조사해 실뱀의 서식지를 보전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이 작은 뱀은 바베이도스가 여전히 생명을 품고 있다는 상징”이라는 말도 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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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복원하자 사시나무 솟았다...‘재야생화’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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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놀라운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80년 만에 사시나무 군락이 다시 자라난 것인데요. 그 배경엔 1995년 시작된 ‘회색늑대 재야생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한때 사라졌던 늑대가 생태계에 돌아오자, 그 먹잇감이던 사슴과 엘크가 조절되었고, 그 덕분에 어린나무와 식물들이 다시 자랄 수 있게 된 겁니다.
오리건주립대 연구진은 1998년부터 2021년 사이 사시나무 묘목 밀도가 무려 152배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는 늑대가 사라지면서 초식동물이 늘고, 나무가 사라지며 비버나 여우 같은 동물들도 자취를 감췄는데요. 지금은 늑대 개체수가 350마리 이상으로 회복되며 생태계 균형이 되살아나는 중입니다.
이렇게 자연을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리는 걸 재야생화’(Rewilding)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동물을 풀어주는 게 아니라, 무너진 생태계를 스스로 복원하도록 돕는 방식이지요. 옐로스톤 사례처럼, 포식자의 복원이 식생과 동물 다양성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재야생화는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3년 한 연구에 따르면 해달, 고래 등 9종의 야생동물을 복원할 경우, 생태계가 매년 64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늑대의 발자국 하나도, 우리 모두의 미래를 바꾸는 걸음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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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요즘입니다. 요즘 여름,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텐데요. 올해 한국은 40도에 가까운 폭염으로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지만, 반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43년 만에 가장 추운 7월을 기록했습니다. 계절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제 우리가 ‘인류세 계절’, 즉 인간이 바꾼 계절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영국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가 네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첫째, 사라지는 계절입니다. 예를 들어 겨울 눈이 줄어들면서 유럽 스키 대회가 취소되거나, 새들이 번식하지 않으면서 어떤 지역에서는 “계절 자체가 사라졌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둘째는 인간이 만든 새로운 계절인데요, 발리의 ‘쓰레기 시즌’이나 태국의 ‘스모그 시즌’이 대표적입니다.
셋째는 계절이 앞당겨지거나 늦춰져 시점이 엇갈리는 경우입니다. 한국에서는 벚꽃이 겨울에 피고, 여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일이 늘고 있지요. 마지막은 강도가 달라진 계절입니다. 폭염, 폭우, 한파가 훨씬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면서, 이제 이런 재난을 뉴 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계절을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시간 질서라고 말합니다. 농업, 노동, 건강, 에너지 등 거의 모든 일상이 계절에 맞춰 짜여 있으니, 계절이 흔들리면 우리의 삶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사계절의 틀이 무너지는 지금, 우리는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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