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뉴스레터에는 작은 생명과 이미 사라진 존재가 전하는 경고를 담았습니다. 독도에서 사라진 바다사자 강치, 교실 앞 보도블록 위 지렁이, 여름 더위에 입을 벌린 새의 속사정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곧 지구와 자신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오늘 당신은 주변의 작은 생명에게, 지구에게, 스스로에게 어떤 존재이고 싶은가요?
FROM.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독도 강치'가 뼈 속에 남겨 둔 마지막 이야기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독도의 바다사자 강치(Zalophus japonicus) 멸종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조선시대 기록 속 ‘가지어’로 불리던 강치는 독도 해양 생태계의 대표종이었으나 1900년대 초 일본의 대규모 남획으로 20세기 중반 이후 자취를 감췄습니다.
강치는 조선시대에도 가죽과 기름, 고기로 이용됐지만 무분별한 포획은 없었고 개체군은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1904년 일본 어업회사가 독도에서 3200마리를 잡은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 마리가 포획되며 개체 수가 급감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 목격 기록이 사라졌고, 1994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강치를 공식적으로 ‘절멸(EX)’로 분류했습니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과 국제 공동연구팀은 남아 있는 뼈와 박제 표본에서 DNA를 추출해 강치 전장 게놈을 세계 최초로 해독했습니다. 연구 결과, 강치는 약 200만 년 전 캘리포니아바다사자와 분리된 독립 종으로, 멸종 직전까지도 비교적 높은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유전적 취약성이 아니라 일본의 남획과 서식지 파괴가 멸종의 직접적 원인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에 ‘Dokdo Sea Lion(독도 바다사자)’라는 이름으로 발표돼 강치가 독도 생태계의 일부였음을 학문적으로 확립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강치 박제 전시와 캐릭터 상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책임을 외면한 채 왜곡된 이미지를 심으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극심한 폭염과 폭우가 잦아지면서 지렁이가 보도 위로 나왔다가 제때 흙으로 돌아가지 못해 죽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지렁이들을 구하기 위해 인천 도담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지난 6월 ‘지렁이 구조대’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지렁이의 위기를 눈으로 직접 보고 작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지렁이를 직접 잡으면 화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토종 지렁이의 경우 해외에서 ‘점프웜(Jump Worm)’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만지면 몸을 튕기며 저항하는 습성도 있지요. 아이들은 이런 지렁이의 특성을 하나하나 배우며 직접 종이와 끈으로 만든 구조 도구를 사용하거나 나뭇잎으로 감싸 조심스럽게 지렁이를 옮기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이러한 활동은 수업을 넘어 일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등하굣길 바닥을 살피며 지렁이를 찾아 구조하는 습관이 생겼고, 처음에는 무섭다고 말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지렁이를 “고맙고 소중한 생명”이라 여긴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집에서 지렁이를 키우거나 교사에게 질문을 이어가는 학생도 있답니다.
프로젝트 전 기간 참관해 온 이태섭 교장은 “지렁이가 살 수 없는 땅이면 사람도 살기 힘들지 않겠냐”며 아이들의 변화를 반가워했습니다. 작은 생명과 가까워지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이 직접 쓴 활동 소감에는 “진짜 구조대가 된 느낌이 좋았다”는 자랑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최근 SNS에서 입을 벌리고 탈진한 듯한 새에게 물을 먹인 뒤 구조했다는 ‘감동 스토리’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류 전문가들은 이런 행동이 오히려 새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새는 물을 삼키는 구조가 사람과 다른데, 혀 바로 뒤쪽에 숨구멍이 있어 입에 직접 물을 넣으면 쉽게 기도로 넘어가 질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있는 새를 보고 갈증이라고 오해하는데, 사실은 더위를 식히기 위한 정상적인 행동일 수 있습니다. 땀샘이 없는 새는 입을 벌려 체온을 낮추는데요. 이런 경우라면 단순히 옆에 물을 떠 놓아주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마시거나 목욕하며 회복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유리창 충돌 등으로 다친 새입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뇌진탕이나 골절, 호흡 곤란 같은 중증일 수 있습니다. 이때 물을 먹이거나 보온을 하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새가 둔하게 잡힐 정도라면 이미 위중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시민이 직접 조치하기보다 가장 먼저 지역 구조센터에 연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에게는 응급 구조의 골든타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서툰 도움보다 빠른 신고가 생명을 살리는 길입니다. “무언가를 해주려 하기보다, 우선 구조센터에 전화해 주세요”라는 전문가들의 당부를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