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날씨가 이어지는 하루하루입니다. 한쪽에서는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하루아침에 물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일상 속에서 지구가 보내는 신호는 점점 더 분명해지는 듯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들의 모습에 더 눈을 돌리게 됩니다. 작고 연약한 생명들이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과 배려 없는 선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더위와 호우 속에서 힘든 건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사진 한 장과 개인의 욕심을 위해 무심코 지나쳐버린 윤리와 그럼에도 살필 수 있는 마음을 돌아봅니다. 무더운 여름 흐르는 땀을 식혀줄 시원한 바람은 언제나 자연에서 불어온다는 걸 새삼 생각해봅니다.
FROM.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얼굴만 쏙'...버려진 테니스공으로 만든 완벽한 둥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테니스공, 어떻게 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영국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사용된 테니스공 5만5000개가 작고 귀여운 야생동물 ‘멧밭쥐’의 집으로 변신했습니다. 영국 야생동물보호협회는 멧밭쥐가 드나들 수 있도록 공에 구멍을 뚫어 풀밭이나 울타리에 매달아 포식자들로부터 안전한 인공 둥지로 설치하고 있답니다.
멧밭쥐는 몸길이 7cm, 몸무게 5g밖에 안 되는 영국에서 가장 작은 설치류입니다. 주로 풀숲에 둥그런 집을 지어 새끼를 낳습니다. 하지만 최근 관행농업과 홍수로 자연 서식지가 크게 줄어들면서 멧밭쥐가 보호 대상 종으로 지정됐습니다. 테니스공 둥지 프로젝트는 2000년대 초 홍수로 멧밭쥐 서식지가 쓸려간 일을 계기로 시작됐고, 지금도 대회가 끝나면 쓰고 남은 공들이 꾸준히 기부되고 있습니다.
폐테니스공은 분해되는 데 무려 400년이 걸리지만, 재활용 비율은 고작 1%에 불과합니다. 몇 경기만 치르면 탄력이 떨어져 곧바로 폐기되기 때문인데요. 이를 되살리기 위한 창의적인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벨기에의 한 디자이너는 매주 1800개가 넘는 폐공을 방음재나 가구로 재탄생시키고 있다고 해요.
야구공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프로야구 한 경기에서는 최대 150개의 공이 사용되는데요. 이 공들을 키링이나 카드지갑으로 재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작은 공 하나가 동물의 집이 되고, 멋진 물건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런 실천들이야말로 생물다양성과 자원순환을 함께 살리는 소중한 움직임이 아닐까요?
일본의 한 정치인이 섭씨 37도 폭염 속에 아프리카펭귄을 동원해 선거운동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아프리카펭귄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 등급이 가장 높은 종입니다.
문제가 된 인물은 이시마루 신지 전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시 시장입니다. 그는 오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창당한 정당의 유세를 돕기 위해 거리 연설을 벌였는데요. 이 자리에서 수컷 아프리카펭귄 ‘리처드’를 안고 있거나 군중 속에 세워 두며 관심을 끌려 했습니다.
펭귄이 등장한 장소는 나고야역 앞, 당시 기온은 무려 37도였습니다. 실제 영상에서는 펭귄이 계속해서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요. 이는 열을 식히기 위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원래 서식지보다 훨씬 더운 환경에서 강제로 몸이 잡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상황 자체가 펭귄에게는 큰 스트레스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누리꾼들은 “폭염 속에 물 한 방울 없이 입을 벌리며 호흡하는 펭귄을 보면 얼마나 가혹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간이 가장 잔인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최근 새 사진을 가까이서 찍기 위해 녹음된 울음소리를 스피커로 재생하는 ‘버드콜링’에 대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 방법이 특히 번식기 철새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대구수목원과 경주 옥산서원 일대에서는 천연기념물 솔부엉이를 촬영하기 위해 스피커로 새소리를 1시간 넘게 반복 재생한 사례가 제보됐습니다. 솔부엉이는 여름철새로 5~7월은 한창 산란기인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소리가 새들에게 위협이나 경쟁자로 오인되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게 해 번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원래 탐조 전문가나 연구자들은 이런 행위가 새들을 교란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소리를 사용합니다. 특히 번식기에는 절대 삼가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해요. 그럼에도 일부 사진가들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윤리를 무시하고 있어 탐조 예절과 규제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관찰이 오히려 새들에게 고통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 배려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태도가 필요하겠지요. 환경단체들은 현장 계도와 함께 지자체에 보호조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