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여름, 안부를 전하며
요즘 날씨, 정말 심상치 않죠? 여름이 시작되자마자 폭염특보가 발령되더니, 잠깐 선선하다 싶으면 갑자기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집니다. 우산을 챙겼는데 해가 쨍쨍, 다시 접으려면 또 천둥이 울고요. 일기예보만으론 따라가기 벅찬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어요.
이처럼 극단적이고 예측하기 힘든 날씨는 단순히 ‘요즘 날씨 좀 이상해’로 넘길 일이 아닙니다. 기후위기의 한복판에 우리가 있다는 걸, 체감 온도로도 실감하게 되니까요. 전보다 훨씬 빨라진 더위, 뜨거운 공기를 머금은 소나기, 밤에도 식지 않는 열기까지, 지구의 변화가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도시의 콘크리트는 더 쉽게 달아오르고, 그 열기에 식물과 동물, 사람까지 함께 지치고 있습니다. 이 계절을 통과하며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FROM.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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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탐욕이 지구 망친다"...교황의 4가지 기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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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더 이상 탐욕의 도구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새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이 인류에게 첫 기후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오는 9월 1일 ‘피조물 보호의 날’을 앞두고 발표된 이 메시지에는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교황청의 분명한 시선이 담겨 있어요. 교황은 “지구가 인간의 탐욕과 불의로 황폐해지고 있다”며 그 피해가 가난하고 소외된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고 있다고 경고했어요.
교황은 자연을 더 이상 정치적·경제적 거래의 수단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뢰로 덮인 농지, 물을 둘러싼 분쟁, 자원의 불공정한 배분이 가난한 나라를 더 취약하게 만든다”고 말했는데요. 우리가 자연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야 할 존재’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위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겠죠.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는 식량에 관한 것이었어요. 교황은 “기아는 전쟁의 무기가 되어선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기후위기와 전쟁, 불평등이 얽힌 식량 문제는 이제 단순한 구호를 넘어선 전 지구적 안보의 문제인데요. 민간인의 굶주림을 전쟁의 전략으로 삼는 현실은 우리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윤리적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레오 14세의 이번 발언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해온 ‘생태적 회개’의 연장선에 있어요. “지구는 우리의 공동의 집”이라며 파괴된 생태계를 되돌리자고 호소했던 그 목소리가, 이제 새 교황의 언어로 다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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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으로 늘어난 러브버그...이것도 기후변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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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늘을 날거나 자동차에 덕지덕지 붙은 작은 벌레들,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바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유난히 많이 보인다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어요. 서울에서는 상반기에만 4600건 넘는 민원이 접수됐고, 인천 계양산 근처에선 시설물들이 벌레 떼로 까맣게 뒤덮일 정도였다고 해요.
러브버그는 2015년 국내에 처음 등장했지만,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2022년부터예요.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곤충이라 기후변화로 점점 덥고 습해진 한반도가 이들의 서식지로 적합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서울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온 상승과 도시 생태계 파괴가 맞물리면, 특정 곤충이 갑자기 늘어나는 현상이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어요.
널리 알려진 것처럼 러브버그가 해로운 곤충은 아니에요. 사람을 물지도 않고, 병을 옮기지도 않죠. 오히려 해충을 잡아먹는 등 생태계에서 꽤 쓸모 있는 역할도 한답니다. 다만 문제는 ‘너무 많다’는 거죠. 몸에 달라붙고 일상에 불편을 주니 시민들의 스트레스도 큰 상황이에요. 게다가 이 곤충은 살충제에도 꽤 강해서, 무턱대고 뿌리다간 다른 곤충들만 해치게 될 수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서울 은평구나 마포구처럼 일부 지자체는 화학약품 대신 포집기나 물 뿌리기 같은 친환경 방역을 택하고 있어요. 점점 더워지고 축축해지는 날씨, 그리고 무심하게 진행된 도시 개발이 불러온 작은 생명들의 ‘대이동’. 러브버그를 둘러싼 풍경은 기후위기와 도시 생태계 붕괴가 이미 우리 일상 속까지 들어와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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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데서 알 낳아?"...강남 주차장 벽에서 태어난 야생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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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 한 주차장 벽면에서 야생벌이 태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콘크리트 배수관 속에서 성충이 되어 날아오른 이 벌은 바로 ‘장수가위벌’입니다. 원래는 오래된 나무나 바위틈에서 알을 낳아야 하는데, 도심엔 그런 공간이 부족해 이런 인공 구조물 틈에 어렵사리 둥지를 튼 거죠. 햇빛이 닿으면 금세 뜨거워지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꿋꿋하게 자라고 있는 존재들의 모습에 경이가 느껴집니다.
이 장수가위벌은 우리가 흔히 아는 꿀벌과는 달라요. 침이 없어서 해를 끼치지 않고, 꽃가루도 더 많이 옮기며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서울교대 신동훈 교수는 지난 몇 년간 학생들과 함께 이 벌을 관찰해왔어요. 가위처럼 생긴 턱으로 나뭇잎을 오려 산란방을 만드는 모습, 알을 낳은 뒤 생을 마감하는 짧고도 치열한 생애 주기까지… 알고 보면 참 애틋하고 신비로운 생명이지요.
“과학의 시작은 관찰입니다.” 신 교수는 아이들의 생태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주차장 벽 배수관에 관찰 통을 설치하고, 벌이 나오는 모습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어요. 직접 곤충을 만나본 학생들은 “징그럽다고만 생각했는데 너무 귀엽다”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답니다. 작은 벌이 우리 일상 안에 있다는 걸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 경험이 되는 거죠.
안타깝게도 장수가위벌처럼 도심에 사는 야생벌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에요. 기후위기의 영향도 분명 있을 텐데, 관련 조사가 부족해 정확히 알 수 없는 현실이죠. 신 교수는 “도심에도 야생벌이 살 수 있도록, 잔디 대신 꽃을 심고 비하우스도 설치해 주면 좋겠다”고 제안합니다. 생태계에 꼭 필요한 야생벌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이 작은 생명들이 도시에 뿌리내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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