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네팔 북부 라수와를 덮친 대홍수는 히말라야에서 갈수록 복잡해지는 산악재난의 양상을 보여줍니다.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 접경 수계에서는 불과 1년여 전에도 빙하와 물이 연쇄적으로 움직이며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두 사건의 직접적인 발생 원인은 달랐습니다. 2025년 7월에는 빙하 표면에 형성된 호수에서 홍수가 발생했고, 이번에는 빙하와 암석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면서 강을 막았다가 붕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모두 티베트 쪽 고산지대에서 시작돼 좁은 계곡을 따라 규모를 키운 뒤 국경을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빙하와 영구동토가 빠르게 변하면서 히말라야의 재난 양상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얼음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기는 매우 다양합니다. 산비탈이 불안정해져 암석이 무너지거나, 녹은 물이 쌓인 빙하호가 갑작스러운 홍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류 지역의 물 공급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습니다.
네팔 히말라야 임자 빙하는 현재 크기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녹은 물이 고여 새로운 호수가 만들어지거나 기존 호수가 커지는데 이 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질 위험이 있습니다.
유럽 최대 규모의 빙하 중 하나로 꼽히는 알레치 빙하에서는 산사태 우려가 나옵니다. 이곳은 거대한 얼음이 산 주변을 뒤덮고 있는데, 빙하가 녹으면서 산사면 등에 가해지는 힘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페루 안데스산맥의 코르디예라 블랑카에서는 빙하가 줄어들면서 건기에 공급되던 물의 양과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빙하가 자연 저수지처럼 물을 저장했다가 건기에 하천으로 흘려보내는데 그 시스템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알래스카 배리 암에서는 빙하가 빠르게 줄면서 주변 산사면이 불안정해지고,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거대한 파도가 피오르드를 따라 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네팔 외교장관은 최근 히말라야에서 일어난 재난을 두고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닌 문명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고산환경에 적응해 살아온 생물들의 서식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살기 적합한 곳이 북쪽이나 더 높은 곳으로 밀려나고, 먹이와 서식지가 엇갈리는 등 변화의 모습도 다양합니다. 히말라야 같은 고산지대에 사는 생물이 기후 때문에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면, 결과적으로 그들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제한됩니다.
이번 참사처럼 빙하와 암반이 무너져 산사태를 일으키거나 빙하호 자체가 범람하면 그 충격파는 하류 수 킬로미터에 걸친 서식지를 한순간에 파괴할 수 있습니다. 인도 카슈미르대 식물학자 아크타르 말릭이 2022년 몽가베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빙하호 붕괴 홍수가 발생하면 그 유역이 아예 서식 불가능한 땅이 되거나, 남은 서식지들이 서로 끊어져 고립되는 서식지 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카슈미르사향노루가 그런 위기에 처한 동물 중 하나입니다. 네팔에서 아프가니스탄까지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사는데, 주로 히말라야자작나무와 전나무가 자라는 산림에 기대 살아갑니다. 이 숲의 분포는 기온뿐 아니라 비와 눈이 내리는 양에도 영향을 받죠.
기후위기가 계속되면 이들이 살기 적합한 지역은 북쪽으로 이동합니다. 과거 한 연구에 따르면, 2050~2070년 서부 네팔과 인도 우타라칸드에서는 이들에게 적합한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해 티베트와 맞닿은 지역까지 이어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현재 서식지 상당수는 적합성을 잃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지금 서식지 가운데 미래에도 기후 피난처로 남을 수 있는 지역은 약 4분의 1에 그쳤습니다.
이런 변화는 눈표범과 로일피카 같은 야생동물, 히말라야습지난초 등 식물들의 서식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지구의 고산지대 생태계는 앞으로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