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친, 햇살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바람에도 계절의 결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잠깐 걸음을 늦추면 우리 주변에도 작은 변화들이 조용히 쌓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 합니다. 대형 산불의 숨겨진 원인부터 멸종위기 동물이 숲을 되살리는 이야기, 도시 한가운데서 묵묵히 살아가는 이끼의 세계까지 담아봤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작은 관심 하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지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FROM.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대형 산불, 이상기후 말고 또 다른 이유 있다?
대형 산불이 점점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흔히 이상기후나 폭염 같은 자연적 요인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인간 활동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숲의 구조를 바꿔온 방식이 산불을 키우는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연적인 산불이나 생태계 순환을 통해 숲이 적절히 정리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산불을 무조건 억제하는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숲속에는 마른 나무와 낙엽이 과도하게 쌓이게 되었는데요. 이는 불이 붙었을 때 훨씬 더 강하게 번지는 연료 역할을 하게 됩니다.
단일 수종 위주의 조림도 문제로 꼽힙니다. 다양한 식생이 공존하는 숲보다 같은 나무가 밀집된 숲은 병해충과 화재에 더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숲 구조는 불이 한번 나면 빠르게 확산하는 환경을 만듭니다.
결국 대형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숲을 관리해온 방식이 누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산불을 완전히 막는 것이 아니라, 숲의 건강한 순환을 고려한 관리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삭막한 보도블록 틈이나 담벼락 밑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이끼를 본 적 있으시죠?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이들은 도시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놀라운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답니다.
이끼는 수분이 부족하면 몸을 잔뜩 웅크려 성장을 멈추고 ‘잠시 멈춤’ 상태로 버텨요. 그러다 비가 한 방울이라도 내리면 순식간에 수분을 흡수해 초록빛 생명력을 뽐냅니다.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한 도시에서 이끼가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끼의 독특한 구조 덕분입니다.
이끼는 일반 식물처럼 뿌리가 아닌 몸 전체 표면으로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해요. 뿌리는 수분을 흡수하는 실제 뿌리가 아닌 식물체를 고정하는 헛뿌리로 다른 식물과 달리 토양이 부족한 바위나 나무 위, 도시의 시멘트벽에서도 살아갈 수 있어요. 그렇게 이끼가 살아가는 땅에 먼지와 흙이 쌓이고 이끼 자체가 대지가 되어 야생화가 자라거나 작은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도시 이끼 탐사 프로젝트 ‘도시에 이낀 있나’를 이끄는 김장훈 정원사는 그런 이끼가 “도시의 생물다양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도시에는 그렇게 많은 이끼가 살고 있진 않습니다. 국내에 사는 이끼가 약 1200종으로 추정되는데 도시에는 30~50종 정도만 확인되고 있다고 해요.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버틸 수 있는 종만 남은 거라고 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어쩐지 도시민과도 닮은 것 같습니다.